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경제의 생명력은 순환에 있습니다. 순환하지 않으면 생명체라고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돈도 돌아야 돈입니다. 땅에 묻혀 있으면 종이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생산자가 생산을 합니다.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유통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는 소비를 통한 만족의 대가를 지불합니다. 그 대가는 역순으로 생산자에게 전달됩니다. 순환하지 않는 것은 모두 죽습니다. 우리 몸도 피가 돌지 않으면 죽게 됩니다.

순환의 기본 원리는 기울기입니다. 건축에도 구배(勾配)가 중요합니다. 기울기가 있어야 물이 흐르게 되고 그로 인해서 순환합니다. 기울기로 인한 순환은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누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돌지 않아서 생기는 모든 부작용을 제거해 줍니다.

경제에서 기울기는 마진(margin)입니다. 마진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원가와 판매가의 차액입니다. 마진이 있어야 수고를 감당할 수 있게 되고 그 수고가 경제를 돌립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은 순환해야 투자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순환을 쉽게 정의하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입니다.

싸게 산다

김치찌개의 가격은 일만원 내외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김치찌개를 3만원에 판다면 손님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김치찌개 가격은 상한선이 있습니다. 누구나 레시피를 알고 있고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요리할 상황이 되지 않아서 사 먹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 가격 이상의 댓가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반면 한끼에 30만원 넘는 식사도 있습니다. 강남의 모 레스토랑은 1인분에 30만원이 넘습니다. 이른바 칼질하는 레스토랑입니다. 골프공만한 소고기를 칼로 썰어 먹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이 나옵니다. 솔직히 조금 아까웠습니다. 내 돈으로 먹는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까웠습니다. 와인 한잔 따라 주는데 3만원이였습니다. 더 달라고 말하기도 무서웠습니다. 와인 몇 잔 더 마셨다가는 접대가 아니라 원수가 될 듯했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사람이 많이 몰립니다. 예약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에 있는 빗자루는 바닥청소용이 아니라 돈 쓸어 담는 용도임이 확실합니다. 이 레스토랑은 식재료, 분위기, 가게의 위치, 서비스 등의 내용이 독특합니다. 그래서 30만원이 넘는 식사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우리가 부동산으로 장사를 한다면 어떤 장사를 해야 할까요? 기왕이면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을 것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초보라면 언감생심(焉敢生心)입니다. 하지만 지향은 해야 합니다. 우리도 결국은 독특한 식재료를 통해서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 진입해야 합니다. 그것은 결국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답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마진을 엄청나게 많이 책정하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김치찌개를 3만원에 판다면 사람들은 먹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김치찌개에 특등급 한우를 넣는다고 해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결론은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자가 적은 대상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 대상중의 하나가 빌라시장입니다. 우선 빌라를 싸게 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시세가 저렴합니다. 여기서 경쟁자가 없다는 의미도 다시 생각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경쟁자는 매수자입니다. 임차자가 아닙니다. 매수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매수경쟁자는 없습니다. 저렴한 매수시세가 형성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집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빌라시장의 임차자는 많습니다. 즉 임차시세는 매수시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합니다. 어떠한 포지션으로 시장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매수경쟁자는 없지만 임차경쟁자는 많이 있는 특이한 시장이 형성됩니다.

가끔 SNS에보면 너무 귀여운 반려견들이 있습니다. 인형으로 오인할 만큼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내가 입양해서 키우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지속적인 관리비가 필요합니다. 산책과 목욕도 매일 시켜줘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내 몸 하나도 오이비누로 해결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내 몸 보다 더 많이 갈고 닦아줘야 합니다. 남의 자식 귀여움과 내 자식 귀여움은 다릅니다.

빌라라는 독특한 시장도 쉽게 매수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그 점을 기회로 잡을 수 있습니다.

비싸게 판다

싸게 잘 사서 싸게 잘 파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른바 박리다매(薄利多賣)입니다. 마진은 적어도 많이 팔아서 이윤을 남긴다는 의미입니다. 현명한 마케팅 기법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박리다매에서 확실한 전제는 대매(多賣)입니다. 많이 팔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박리(薄利)가 가능한 것입니다. 건설현장에서 굴착기 하루 수당이 40~50만원입니다. 하루에 50만원이면 한달에 20일만 일해도 천만원은 벌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매가 불가능 하기 때문에 박리를 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매 건수가 많아서 다매가 가능하다면 박리가 가능하지만 부동산 매매 건수는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개인의 부동산 매매는 일생에 몇 번 되지 않습니다. 전세나 월세는 많아 봐야 2년에 한번입니다. 결론적으로는 많은 마진이 필요합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혹은 싸게 사서 많은 임대소득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많은 마진을 어떻게 남길 수 있을까요? 비싸게 파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겠습니다.

희소성의 가치

희소성은 구구절절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가치입니다. 모든 영역에서 통용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유명 팝가수의 소장품이 사후에 수십억의 가치로 매매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이 소장품이 가치를 갖는 이유는 희소성입니다. 그 가수는 이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소장품이 생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치가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것입니다. 야구장에 가면 야구공이 수백개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승엽 선수의 56번째 홈런볼은 수억의 가치를 갖게 됩니다.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공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도 희소성이 더해질수록 가치가 높아집니다. 예전에는 테라스가 유용하지 않은 공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일조권사선제한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만든 테라스는 계륵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테라스에 희소성을 더하면 가치가 높아집니다. 팬데믹이 이를 촉발시켰습니다. 테라스만 있어도 계약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오래된 빌라를 보면 창고를 만들어 놓은 경우가 있습니다. 주거용 공간을 만들기는 작은 경우 만든 곳입니다. 설계 수준도 낮고 시공비가 저렴했던 시기에 가능한 창고입니다. 이런 창고들이 최근에는 희소성의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내부로 들이기 싫은 물건을 넣어두는 창고는 희소성의 가치를 만들어 줍니다.

장판교의 가치

삼국지에서 조조군은 유비군을 쫓습니다. 열세에 몰린 유비군은 몰살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장비는 장판교에서 조조군을 맞습니다. 유비군을 쫓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판교를 건너야 합니다. 장비는 장판교 길목을 지킴으로 인해서 위기를 모면합니다. 부동산도 장판교와 같은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맹지를 탈출하기 위한 도로는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로만 소유하고 있으면 모든 땅의 가치를 좌지우지 할 수 있습니다. 사거리의 상점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점은 모퉁이 상점입니다. 하지만 지하철 입구의 위치에 따라서 사각(死角)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불과 몇 미터 차이지만 더 좋은 상권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모퉁이에 있어도 지하철 입구가 상권을 다 흡수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마치 장판교에 입지를 잘 섭렵해서 승리한 장비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재생산의 가치

앞서 언급한 희소성의 가치는 부증성입니다. 장판교의 가치는 입지입니다. 이 두가지는 투자자가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래서 좋은 물건을 찾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가치를 증대 시킬 수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재생산입니다. 로버트 리플리라는 인류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쇠덩이를 고철로 팔면 5달러, 말발굽으로 만들면 10달러, 바늘로 만들면 350달러, 면도날로 만들면 3500달러, 정밀한 시계부품을 만들면 250,000만 달러에 팔 수 있다’

단순하게 쇠덩이를 팔면 5천원짜리 고물입니다. 하지만 정밀한 시계 부품을 만들면 3억으로 가치가 증대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가공비와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고급레스토랑의 한끼 식사와 같은 부가가치가 창출 되는 것입니다.

부동산의 매력 중 가장 큰 것은 부가가치입니다. 대부분의 재화는 감가상각(減價償却, depreciation)을 걱정해야 합니다. 구매하는 순간부터 가치가 하락합니다. 하지만 일부 실물 투자상품은 가치가 올라갑니다. 더욱이 부동산은 그 가치를 투자자가 증대 시킬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리모델링입니다. 아파트를 사서 리모델링을 하면 그 가치가 높아집니다. 간단하게는 도배 장판만 새로 시공해도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고 공실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건축업계로 온 이유도 이것입니다. 부동산에서 생산은 건축입니다. 이 분야를 모르고는 부동산을 정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건축업계로 뛰어 들었고 부동산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장에는 간단하게 투자자가 알아야 할 건축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건축을 알아두면 물건을 보는 눈도 높아지지만 재건축 재개발에 대해서도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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